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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서 아보다트를 안 팔았습니다 (진짜 있었던 일)

오늘 낮에 56세 남자 손님 한 분이 오셔서 아보다트를 찾으셨어요. "머리숱이 좀 줄어드는 것 같아서요"라고 하시길래, 제가 먼저 여쭤봤습니다.

"혹시 정수리나 이마 라인이 눈에 띄게 휑해지셨어요?"

살펴보니 아직 그 정도는 아니셨어요. 조금 성글어진 느낌 정도랄까요. 그래서 저는 아보다트를 그냥 내드리지 않고, 자리에 앉으시라고 하고 이야기를 좀 나눴습니다.

왜 바로 안 팔았냐면요

아보다트(두타스테리드)는 원래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나온 약이에요. 5알파환원효소를 억제해서 테스토스테론이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로 바뀌는 걸 막아주는 원리인데, 이 DHT가 탈모의 주범 중 하나이다 보니 탈모 치료에도 쓰이게 된 거죠. 효과 자체는 분명히 있는 약이에요.

문제는 부작용이에요. 흔하게 보고되는 것만 해도

  • 성욕 감소, 발기부전, 사정장애 같은 성기능 관련 부작용
  • 우울감, 불안, 집중력 저하 같은 정신건강 관련 부작용
  • 그 외 유방통, 피로감, 간수치 상승 등

이 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복용자 중 3~5% 정도가 성기능 저하를 호소한다고 하고요, 정신적인 증상을 보고하는 경우도 있어요. 사람마다 체감하는 정도는 다르지만, 한번 나타나면 약을 끊어도 증상이 한동안 이어지는 분들도 계세요.

그래서 저는 항상 이렇게 생각해요. 탈모의 정도와 치료법은 비례해야 한다고요. 이미 많이 진행된 탈모라면 아보다트나 프로페시아 같은 약이 필요할 수 있어요. 그런데 아직 "좀 성글어진" 단계인데 전신에 작용하는 호르몬 관련 약을 바로 시작하는 건, 얻는 것보다 감수해야 할 위험이 더 클 수 있다고 생각해요. 56세면 앞으로도 오래 복용을 이어가실 가능성이 높은데, 그 기간 내내 부작용 위험을 안고 가시는 것보다는 지금 단계에서는 두피 자체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쪽을 먼저 권해드리고 싶었어요.

대신 이렇게 권해드렸어요

이 손님께는 먹는 약 대신 두피에 바로 작용하는 관리 제품을 권해드렸습니다.

  • 성장인자 사이토카인 샴푸 — 두피 자극은 줄이면서 모낭에 필요한 성장인자를 공급해주는 방식이에요.
  • 펩타-12 사이토카인 스칼프 앰플 — 두피에 직접 흡수시켜 모낭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제품이고요.

전신에 작용하는 게 아니라 두피 국소에만 작용하니 부작용 부담이 훨씬 적고, 지금처럼 초기 단계에서는 이 정도 관리만으로도 충분히 진행을 늦추거나 개선을 볼 수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오늘은 일단 설명만 듣고 가셨어요. 아직 구매는 안 하셨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생각해보고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약사로서 드리고 싶은 말씀

손님 입장에서는 "약국에 갔는데 약을 안 판다"는 게 의아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게 약사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손님이 달라는 대로 다 내드리는 게 아니라, 지금 이 분의 상태에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 한 번 더 짚어드리는 것요.

탈모 때문에 고민이시라면, 무작정 유명한 약부터 찾기보다는 지금 내 탈모가 어느 단계인지부터 살펴보시고, 초기 단계라면 두피 관리부터 차근차근 시작해보시길 권해드려요. 그러다 정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약물치료를 병행해도 늦지 않습니다.

오늘도 약국 문을 닫으며,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이 글은 실제 약국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작성했으며,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법은 다를 수 있습니다. 탈모로 고민 중이시라면 가까운 약국이나 병원에서 전문가와 상담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 지혜서의 명언과 생각

사연을 듣기 전에 대답하는 자는 미련하여 욕을 당하느니라 — 잠언 18:13

내가 생명과 사망과 복과 저주를 네 앞에 두었은즉 너와 네 자손이 살기 위하여 생명을 택하고 — 신명기 30:19

오늘 그 손님께 약을 바로 내드리지 않은 건 사실 아주 작은 선택이었어요. 하지만 잠언은 사연을 다 듣기도 전에 대답하는 것을 미련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손님이 원하시는 걸 그대로 드리는 게 더 쉬웠겠지만, 먼저 여쭤보고 상태를 살핀 뒤에 답을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순간 신명기의 말씀도 함께 떠올랐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앞에 생명과 사망, 복과 저주를 두시고 생명을 택하라 하십니다.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저는 이 말씀이 매일의 작은 선택에도 적용된다고 믿어요. 손님께 무엇을 권해드릴지 정하는 그 순간에도, 결국은 그분의 몸에 더 유익한 길을 택하는 것이 제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그 마음으로, 작은 선택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