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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약국에 고혈압 약 타러 오시는 분들 중에, 주기적으로 혈압이 유독 확 뛰는 분이 계세요. 지난주에도 한 분이 약국에 오셔서 혈압을 재셨는데 180/100이 나왔어요. 이유를 여쭤보니 바로 직전에 가족과 크게 다투고 오셨더라고요. 그분은 웃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사실 제가 화를 내면 제 속이 다 타들어가는 걸 느끼거든요.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터질 것 같고요. 그런데도 정작 화낼 때는 그걸 멈추기가 정말 어려워요.”
저도 그 말씀에 많이 공감했어요. 약사로 일하면서 보면, 화를 내는 그 순간이 단순히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몸 안에서 실제 화학적인 폭풍이 일어나는 순간이거든요.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확 치솟으면서 심장박동은 빨라지고, 혈관은 좁아지고, 혈압은 급경사처럼 치솟아올라요. 그 순간이 한 번만이면 몸이 알아서 회복하지만, 그게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되고 여러 해 쌓이면 혈관과 심장이 지칠 대로 지칠 수밖에 없어요.
성경은 이 부분을 이미 수천 년 전에 꼭 짚어냅니다.
「노하기를 더디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그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 — 잠언 16:32
전쟁에서 성을 빼앗는 것은 누가 봐도 대단한 용기예요. 그런데 성경은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있다고 말합니다. 바로 내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에요. 성을 빼앗는 건 밖에서 일어나는 싸움이지만, 내 마음을 다스리는 건 내 안에서 일어나는 싸움이라서 더 외롭고, 더 지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싸움이니까요.
그렇게 보면 화를 참는 일은 약해서 참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가장 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저도 상담할 때 가끔 무례한 요구나 말투를 만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제가 배운 작은 습관이 하나 있어요. 말을 바로 받아치기 전에 숨을 한 번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는 거예요. 그 2~3초가 제 몸 안에서 호르몬이 폭발하기 전에 한 박자 더 생각할 시간을 벌어줘요.
성경은 또 이렇게도 말합니다.
「노를 급히 내지 말라 노는 어리석은 자의 품에 머무름이니라」 — 전도서 7:9
화를 내고 나면 시원할 때도 있지만, 그 뒤에 남는 건 대개 후회예요. 혈압도 마찬가지예요. 순간의 분노는 지나가지만, 반복된 분노가 남기고 간 혈관의 흔적은 오랫동안 남아요. 동맥경화는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라, 그렇게 좁혔다 가라앉았다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쌓이는 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혈압약을 드릴 때 꼭 한 가지를 더 말씀드려요. “약은 혈관을 도와주지만, 마음을 다스리는 건 어르신만 하실 수 있어요”라고요. 약은 예고 없이 충격받는 날들을 버틸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뿐, 마음을 다스리는 연습은 온전히 본인의 몫이에요.
📖 지혜서의 명언과 생각
「분을 쉽게 내는 자는 다툼을 일으켜도 노하기를 더디 하는 자는 시비를 그치게 하느니라」 — 잠언 15:18
화는 불과 같아서, 혼자서는 오래 타지 못해요. 누군가 땔감을 더하지 않으면 저절로 사그라들죠. 그래서 노하기를 더디 하는 사람 한 명이 그 자리의 다툼 전체를 꺼뜨릴 수 있어요. 오늘 혹시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이 온다면, 그 2~3초의 숨 한 번이 내 혈관과 내 관계를 동시에 지켜준다는 걸 기억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다음 4화에서는 '걱정의 습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근심이 뼈를 마르게 한다는 잠언의 말씀이, 실제로 우리 몸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