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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 소화제나 위장약을 사러 오시는 분들 중에, 특별히 체한 것도 아닌데 자꾸 속이 더부룩하고 밥맛이 없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며칠 전에도 한 분이 오셔서 "요 며칠 뭘 먹어도 체한 것처럼 답답해요"라고 하셨어요. 겉으로는 소화기 증상인데, 이것저것 여쭤보다 보면 알고 보니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그분도 그랬어요. 요즘 자녀 문제로 밤에 잠도 못 이루실 만큼 근심이 많으셨더라고요.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걱정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으니까, 밥을 먹어도 모래알 씹는 것 같고 속도 늘 무거워요. 자려고 누워도 자꾸 그 생각만 나고요."
약사로 일하다 보면 이런 경우를 정말 많이 만나요. 근심과 걱정은 머릿속에만 머무르지 않고, 반드시 몸으로 내려오거든요. 자율신경계가 소화기관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서, 마음이 긴장 상태에 있으면 위장 운동이 둔해지고 소화액 분비도 줄어들어요. 그래서 근심이 깊은 날일수록 소화불량, 식욕부진, 심하면 속쓰림이나 과민성 장 증상까지 겹쳐서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몸은 거짓말을 못 하니까요.
성경은 이 사실을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합니다.
「마음의 즐거움은 양약이라도 심령의 근심은 뼈로 마르게 하느니라」 — 잠언 17:22
뼈는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하고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부분이에요. 그런데 성경은 겉으로 보이지도 않는 마음의 근심이 그 단단한 뼈마저 마르게 한다고 말합니다. 과장이 아니에요. 만성적인 근심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지속시켜서 뼈의 재생 능력을 떨어뜨리고, 면역력도 함께 낮춥니다. 마음에서 시작된 일이 결국 몸 전체의 구조를 흔드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상담을 할 때 소화제만 내어드리지 않고 한마디를 꼭 더해요. "속이 안 좋으신 게 혹시 요즘 마음 쓰실 일이 있으신 건 아니에요?"라고요. 의외로 많은 분들이 그 질문에 눈물을 보이세요. 몸의 증상을 통해서야 비로소 마음의 짐을 꺼내놓으시는 거죠.
예수님도 근심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 — 마태복음 6:31,34
내일 일까지 미리 끌어와 오늘 짊어지는 게 바로 근심의 특징이에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느라, 정작 오늘 하루를 버틸 힘까지 다 써버리는 거죠. 저도 약국 일이 바쁘고 힘들 때, 내일 걱정까지 한꺼번에 끌어안고 있으면 숨이 턱 막히는 걸 느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오늘 하루치만 감당하자"고 마음을 정리하면, 몸의 긴장도 거짓말처럼 조금 풀려요.
요즘 저는 근심이 많아 보이는 분들께 아주 간단한 방법 하나를 더 알려드려요. 바로 '걱정 적어보기'예요. 머릿속에서 빙빙 도는 걱정을 손으로 직접 종이에 적어보면, 신기하게도 그중 상당수가 지금 당장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눈에 보여요. 그렇게 걱정을 머릿속 밖으로 꺼내 적어두기만 해도, 끝없이 재생되던 걱정의 테이프가 한 번은 멈추거든요. 그리고 나머지는, 정말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한 가지만 골라서 해보는 거예요.
물론 걱정거리를 하루아침에 없앨 수는 없어요. 다만 그 걱정을 혼자 끌어안고 있을지, 아니면 누군가와 나누고 내려놓을지는 선택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근심이 많아 보이는 분들께는 소화제와 함께 꼭 이 말씀도 함께 건네드려요. "오늘 하루만 버텨보자고, 그리고 그 마음 혼자 짊어지지 마시라고요."
📖 지혜서의 명언과 생각
「근심이 사람의 마음에 있으면 그것으로 번뇌하게 되나 선한 말은 그것을 즐겁게 하느니라」 — 잠언 12:25
혼자 짊어진 근심은 자꾸 무거워지지만, 누군가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그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줘요. 그래서 근심이 많은 날일수록 더더욱 사람이 필요한 거겠죠. 오늘 누군가 마음이 무거워 보인다면, 작은 말 한마디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그 말이 상대의 뼈를 살리는 약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다음 5화에서는 '부지런함의 습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개미에게 가서 배우라는 잠언의 말씀이, 우리 몸의 생체리듬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