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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약사입니다.

"딱히 아픈 데는 없는데 그냥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요", "예전엔 좋아했던 것들도 이제 다 귀찮아요" —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 상담하다 보면 생각보다 정말 많아요. 몸살처럼 확 아픈 건 아닌데, 마음의 기운이 쭉 빠져서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는 날들이 계속되는 거예요. 본인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하실 때가 많고요.

 

「시편, 마음의 병을 만나다」 4화에서는 다윗의 시대에 쓰인 시편 42편을 통해, 이유 모를 낙심과 무기력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살펴보려고 해요.

목마른 사슴처럼, 갈급했던 마음

시편 42편은 다윗이 아니라 고라 자손이 쓴 시인데, 같은 시편 안에서 다윗의 시들과 나란히 놓여 다뤄지는 만큼 이번 시리즈에서도 함께 짚어보려고 해요. 이 시를 쓴 사람은 하나님의 성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예전에 누렸던 기쁨은 사라지고 무기력과 그리움만 남은 상태였어요.

하나님이여 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함 같이 내 영혼이 주를 찾기에 갈급하니이다 (시편 42:1)

목마른 사슴이 물을 찾아 헤매는 이미지, 정말 절실하죠. 그런데 이어지는 구절을 보면 이 사람의 상태가 더 구체적으로 나와요.

내 눈물이 주야로 내 음식이 되었도다 (시편 42:3)

밥맛도 없고, 눈물만 흐르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 — 지금 우리가 말하는 무기력과 정말 닮아 있어요.

스스로에게 말을 건네는 순간

여기서 제가 정말 좋아하는 구절이 있어요. 이 시의 클라이맥스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인데요.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심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해하는가 너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라 그가 나타나 도우심으로 말미암아 내가 여전히 찬송하리로다 (시편 42:5)

자기 자신에게 "내 영혼아, 너 왜 그래?" 하고 직접 질문을 던져요. 이게 심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태도예요. 무기력에 완전히 잠겨서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눌러앉는 게 아니라, 한 걸음 떨어져서 자기 마음을 마치 친구를 보듯 바라보고 묻는 거죠. 이 거리 두기 하나만으로도 감정에 완전히 휩쓸리지 않고 다시 방향을 잡을 여지가 생겨요.

약사로서 덧붙이자면, 무기력이 오래 이어지고 식사나 수면 같은 기본적인 리듬까지 무너진다면 단순히 마음가짐의 문제가 아니라 몸 상태(갑상선, 영양 상태, 수면의 질 등)도 함께 살펴봐야 해요. 마음을 다잡는 것과 별개로, 이런 신호가 계속된다면 전문가와 상담해보시는 것도 꼭 권해드리고 싶어요.

마음을 돌보는 작은 습관들

시편 42편을 보면서, 낙심되고 무기력한 날에 실제로 해볼 수 있는 습관 세 가지를 정리해봤어요.

 

첫째, 자기 마음에 직접 말을 걸어보는 거예요. "나 요즘 왜 이러지" 하고 흘려보내지 말고, "내 마음아, 지금 뭐가 힘든 거야?" 하고 구체적으로 물어보세요. 나를 관찰하는 또 하나의 내가 있다는 감각이, 무기력에 완전히 잠기지 않게 붙잡아줘요.

 

둘째, 아주 작은 리듬 하나만 지키는 거예요. 눈물이 음식이 되었다는 구절처럼 무기력할 땐 식사나 수면 같은 기본 리듬이 제일 먼저 무너져요. 거창한 계획 대신 "한 끼는 꼭 챙겨 먹기", "정해진 시간에 눕기" 처럼 딱 하나만 정해서 지켜보세요.

 

셋째, 마음이 안 움직여도 행동을 먼저 선택하는 거예요. "찬송하리로다"라는 고백은 기쁜 마음이 들어서 나온 게 아니라, 마음이 가라앉은 채로도 스스로 선택한 다짐이었어요. 기분이 좋아지길 기다리지 마시고, 짧은 산책이든 좋아하던 음악 한 곡이든 작은 행동을 먼저 해보세요. 마음은 보통 그 뒤를 따라와요.

 

낙심된 상태를 억지로 밀어내지 않고, 그 안에서도 스스로에게 말을 걸고 작은 행동을 선택했던 것 — 그게 이 시를 쓴 사람이 남긴 지혜인 것 같아요.

📖 지혜서의 명언과 생각

근심이 사람의 마음에 있으면 그것으로 번뇌하게 되나 선한 말은 그것을 즐겁게 하느니라 (잠언 12:25)

무기력하고 낙심된 날엔 스스로에게 하는 말 한마디가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진다는 걸, 잠언도 시편도 똑같이 말해주고 있네요. 오늘 유독 기운이 없으신 분이 있다면, 자기 자신을 다그치는 말 대신 다윗처럼 "그래도 다시 일어나 보자"는 선한 말 한마디를 스스로에게 건네보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