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안녕하세요, 서약사입니다.
약국에서 상담하다 보면 유독 자기 자신에게 가혹한 분들을 많이 만나요. "제가 관리를 못해서 이렇게 된 거예요", "제 탓이에요, 진작 병원에 갔어야 했는데" — 몸이 아픈 것도 서러운데, 거기에 자기 자신을 탓하는 마음까지 얹어서 오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잘못한 게 있으면 인정하고 고치면 되는데, 왜 우리는 자꾸 스스로를 몰아붙이게 될까요.
「시편, 마음의 병을 만나다」 2화에서는 다윗이 진짜 잘못을 저지르고 난 뒤 어떻게 그 마음을 다뤘는지, 시편 51편을 통해 들여다보려고 해요.
다윗, 숨을 수도 있었던 이야기
시편 51편은 다윗이 가장 부끄러운 순간에 쓴 시예요. 부하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와 관계를 가졌고, 그 사실을 덮으려고 우리아를 전쟁터에서 죽게까지 만들었죠. 왕이었으니 마음만 먹으면 끝까지 숨기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나단 선지자가 찾아와 그 잘못을 정면으로 지적했을 때, 다윗은 변명하거나 발뺌하지 않았어요. 그 자리에서 바로 인정했죠. 그리고 그 마음을 시로 쏟아낸 게 시편 51편이에요.
하나님이여 주의 인자를 따라 내게 은혜를 베푸시며 주의 많은 긍휼을 따라 내 죄악을 지워 주소서 나를 내 죄악에서 완전히 씻으시며 나를 내 죄에서 깨끗하게 하소서 (시편 51:1-2)
변명이 한마디도 없어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말도 없고요. 그냥 있는 그대로 잘못을 인정하고, 그다음 하나님의 은혜를 구했어요.
죄책감과 자책은 다릅니다
여기서 약사로서 꼭 짚고 싶은 부분이 있어요. 잘못을 인정하는 것(죄책감)과 자기 자신을 끝없이 공격하는 것(자책)은 완전히 달라요.
죄책감은 "내가 그 행동을 잘못했다"는 데 머물러요. 그래서 사과하고, 고치고, 다시 나아갈 힘을 줘요. 반면 자책은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 "나는 안 되는 사람이다" 하고 존재 자체를 공격해요. 이렇게 되면 고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그 자리에 주저앉게 돼요.
몸에도 영향이 커요. 계속 자기 자신을 몰아붙이는 상태가 이어지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계속 높게 유지되면서 불면, 소화불량, 만성피로로 이어지는 경우를 상담하다 보면 정말 자주 봐요. 잘못을 인정하는 것까지는 건강한 반응인데, 그 뒤에 자기 자신을 놓아주지 못하는 게 문제인 거죠.
다윗이 남긴 건 딱 여기까지예요. "내가 잘못했습니다"까지는 분명히 하되, 그다음은 자책이 아니라 회복을 구하는 기도로 넘어가요.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시편 51:10)
죄를 지운 다음 자리에 남는 건 "새로운 마음"이지, "망가진 나"가 아니라는 거예요.
마음을 돌보는 작은 습관들
다윗의 통성기도를 보면서, 잘못했을 때 마음을 다루는 습관 세 가지를 정리해봤어요.
첫째, 잘못과 나 자신을 분리해서 보는 거예요. "내가 그 행동을 했다"와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다"는 전혀 다른 문장이에요. 행동은 고칠 수 있지만, 존재 전체를 부정해버리면 고칠 힘까지 같이 사라져요.
둘째, 숨기지 않고 털어놓는 거예요. 다윗에게 나단 선지자가 있었듯,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믿을 만한 사람이나 기도로 솔직하게 꺼내보세요. 잠언에도 이런 말씀이 있어요. "자기의 죄를 숨기는 자는 형통하지 못하나 죄를 자복하고 버리는 자는 불쌍히 여김을 받으리라"(잠언 28:13) — 숨기는 것보다 꺼내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라는 걸, 성경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주고 있었어요.
셋째, 인정한 뒤엔 스스로를 놓아주는 거예요. 다윗이 "정한 마음을 창조하소서"라고 구했듯, 잘못을 고친 다음에는 그 잘못을 계속 붙들고 있지 말고 새로 시작할 자리를 스스로에게 허락해주세요.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와, 그 후에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용기 — 둘 다 필요해요. 혹시 지금 어떤 일로 스스로를 계속 탓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다윗처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다음엔 자신을 조금 놓아주셨으면 해요.
📖 지혜서의 명언과 생각
자기의 죄를 숨기는 자는 형통하지 못하나 죄를 자복하고 버리는 자는 불쌍히 여김을 받으리라 (잠언 28:13)
숨기려 할수록 마음은 더 무거워지고, 꺼내놓는 순간 오히려 가벼워지는 게 참 아이러니하죠. 다윗도 그랬고, 저도 상담하면서 그런 분들을 자주 봐요. 잘못을 인정하는 건 약한 게 아니라, 오히려 다시 일어설 준비가 됐다는 뜻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