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안녕하세요, 서약사상담소입니다 😊

지난 시간에는 잠들기 전 2분 감사와 수면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글을 올린 뒤 이런 질문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약사님, 저는 불안이 심한데 감사하면 좋아질까요?"

약국에서도 불안하고 마음이 조이는 것 같다며 찾아오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럴 때 "감사해 보세요" 한마디로 끝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그래서 오늘은 감사의 쓰임과 한계를 함께 솔직하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 먼저 분명히 말씀드릴게요

감사는 불안장애나 우울증의 치료법이 아닙니다. 시리즈 제목이 「마음을 살리는 처방」이라고 해서 약처럼 생각하시면 곤란해요. 마음을 돌보는 여러 습관 중 하나로 봐 주세요.

■ 연구는 뭐라고 할까요?

2020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Cregg와 Cheavens)이 감사 연습의 효과를 한꺼번에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어요(2021년 학술지 게재). 감사 일기, '하루 세 가지 좋은 일', 감사 편지 같은 연습을 다룬 27개 연구, 3,675명의 결과를 모은 것입니다.

결과는 이랬어요. 감사 연습이 우울과 불안 증상을 줄이는 효과는 있었지만 작은 수준이었고, 감사와 상관없는 활동(예: 수업 시간표 쓰기)을 한 대조군보다 아주 조금 나은 정도였다고 해요. 연구팀은 우울이나 불안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더 감사해 보라"고만 권하는 것으로는 의미 있는 증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았고, 인지행동치료 같은 근거가 확인된 치료를 권했습니다. 감사 연습이 힘든 마음 상태에서는 실천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언급되었어요.

■ 그렇다면 감사는 소용없을까요?

그렇게까지 말하기는 어려워요. 같은 연구진은 이 결과가 감사가 가치 없다는 뜻은 아니라고 했고, 평소 감사하는 성향이 높은 사람이 정신건강 문제가 적은 경향이 있다는 연구들도 있어요. 다만 이것은 '함께 나타나는 경향'을 본 것이라서 감사가 그 이유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감사 연습만으로 불안이나 우울을 치료한다고 기대하기는 어려워요.
  • 그래도 마음을 돌보는 습관의 하나로 곁들이는 것은 부담이 적어요.
  • 불안이 일상을 방해할 정도라면 감사보다 먼저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해요.

■ 불안한 날, 이렇게 해 보세요

  1. 감사 일기를 '숙제'로 만들지 마세요. 불안한 날에는 한 가지만 적어도 충분해요.
  2. 감사할 일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 날은 건너뛰어도 괜찮아요. 그런 날 억지로 쥐어짜면 오히려 마음이 더 무거워질 수 있어요.
  3. 감사를 쓰는 것과 함께, 천천히 숨 쉬거나 가볍게 걷는 것처럼 몸을 풀어 주는 일도 곁들여 보세요.
  4.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마음을 이야기해 보세요.

■ 약사의 한마디

이런 경우에는 감사 일기보다 병원이나 약국 상담이 먼저예요.

  • 불안한 상태가 2주 이상 이어질 때
  •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한 증상이 자주 나타날 때 (갑상선 문제나 카페인 과다 같은 몸의 원인일 수도 있어서 확인이 필요해요)
  • 잠을 못 자거나 일상생활이 힘들 때

그리고 병원에서 처방받지 않은 신경안정제나 수면제를 주변에서 얻어 드시는 일은 절대 하지 마세요. 약마다 의존성과 부작용, 다른 약과의 상호작용이 달라서 반드시 의료진과 약사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 다음 이야기

다음 시간에는 감사와 몸의 건강, 특히 심장 이야기를 해 볼게요. 인터넷에서 "감사하면 심장이 좋아진다"는 말을 자주 보셨을 텐데, 연구가 정말 그렇게 말하는지 같이 살펴볼게요.


📖 지혜서의 명언과 생각

"내 속에 근심이 많을 때에 주의 위로가 내 영혼을 즐겁게 하시나이다" (시편 94:19)

시편 기자도 '근심이 많을 때'를 숨기지 않아요. 걱정이 없는 척하거나 근심을 억지로 감사로 덮으라고 하지 않고, 근심이 많은 그 자리에서 위로를 구합니다. 저는 이 구절이 오늘 이야기와 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감사는 마음을 돌보는 좋은 습관이지만, 힘든 마음을 억지로 감추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근심이 클 때는 위로를 구하고, 사람에게도 도움을 청하는 것이 지혜입니다.